소식지(259호) [강상헌의 ‘심우도(尋牛圖)'] 이제 소는 우주를 향한다 절집 벽의 심우도(尋牛圖)는 소를 찾는 그림, 불교의 오래된 상징 중 하나다. 상징은 말과 글의 세계, 나아가 문명의 씨앗이다. 소는 ‘인간의 마음’이라고 읽자. 우리 불교와 사상, 정서적 전통에서도 이미지 크다. 만해(卍海) 한용운 선생의 심우장은 ‘소를 찾는 집’이다. 뜻 크고 깊은 스님 만해, 아름다운 시 언어로 인류를 가르쳤다. 엄혹한 일제 치하에서 3·1 독립선언에 나섰고, 끝내 그 연꽃 마음 변절하지 않았다. 그의 종교의 친정은 인제 백담사다. 만해기념관 부근 계곡은 단풍이 극치여서 찾는 이 더 많았다. 매서우면서도 그윽한 이율배반적인 눈길, 만해 조각상에 마음 숙였다. 저런 스승 있으매 오늘 우리가 이리 당당하리라. 마침 이재명 이낙연 두 후보의 재회(再會) 배경 벽면에 우연히 걸린 찾을 尋(심)자 액자에 주목하는 사람이 여럿이었다. 우연일까, 허나 중요한 만남의 상징으로 여겨 그 시사(示唆)하는 바를 찾는 것이겠다. 한자가 그림임을 잘 보여주는 글자다. 손 모양 계(彐) 아래 만들 공(工)과 입 구(口)다. 다시 쓰면 左(좌)와 右(우)다. 아래는 손목에 점찍은 마디 촌(寸)이다. 암중모색(暗中摸索), 어둠 속 안개바다를 좌우로 손 내밀어 한 걸음씩 나아가는 발걸음이다. 겨레의 마음을 찾는 것인가. 문득, 소와 인간의 동행을 달리 상상한다. 만물의 커다란 집 우주(宇宙)의 宇를 소(牛)와 바꾼다. 심우도는 나도, 아집(我執)의 대상인 소도 없는 일체 무(無)의 세계, 뒤집으면 우주의 영원이다. 바꿔본 심우도(尋宇圖) 또한 아시아의 마음으로 청년의 터전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제 청년이 기성세대의 아류(亞流)로 눈치나 살피며 살면 안 된다. 소를 찾건, 우주를 찾건 새 기준의 발견에 나선 우리의 젊음을 지지하자는 그림으로 심우도를 새롭게 보아야 한다, 우리는 어쩌다 서양 문물(文物)로 잔뼈도 마음도 키웠다. 그들의 이념과 거래의 원칙이 우리의 틀이고 전거(典據·레퍼런스)였다. 15세기 전후 대항해의 시대 이후 해적들의 행진이다. 노예경제와 식민주의 약탈이 마천루의 토대였다. 자원독점을 위한 선진국의 억지 의제(議題)를 ‘중동평화’라고 윽박질렀다. 흑인과 아시아를 멸시하며 ‘휴머니즘’이나 ‘르네상스’ 같은 철학도 세웠다. 왜(倭)의 침탈에 의한 겨레의 한(恨)도 같은 맥락이다. 저들이 인류의 기생충이다. 아닌 건 아니다. 오늘 우리는 저 문명의 한계를 본다. 저들은 이제 소녀 툰베리의 목청조차 당할 수 없다. 마음 열자. 우리 어진 선배 세대도 이제 심우도를 새롭게 보아야 한다. 하늘 바뀌는데 저따위 자본주의를 마냥 섬길 텐가. 강상헌 언론인/(사)우리글진흥원 고문 박하선의 사진풍경 51> 인간이 머물다 간 자리 사람이나 다른 동물이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머물다 간 자리에는 어김없이 흔적을 남긴다. 일터도 그렇고, 잠자리도 그렇고, 쉬어가는 자리도 그렇다. 하지만 어떠한 동물보다도 욕심이 많아서 인지 사람이 머물다 간 자리는 유난히도 요란하고 너저분하다. 특히 먹이를 먹고 난 자리가 더욱 그렇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말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우리 인간은 욕심많고, 나약하면서도 포악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그 먹이와 그걸 먹고 떠난 빈 자리다. 한 무리와 일을 하다가 때가 되어 식당에 들렸다. 별 생각 없이 이것 저것 주문해 맛있게 먹었다. 먹는 행위가 날마다 벌어지는 것이라 뭐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어느 틈에 배가 차오르니 우선 든든하다는 생각뿐이다. 이젠 또 자리를 옮겨서 커피라도 한 잔 해야 되는가 하면서 일어섰다. 뒤에 쳐져서 우리가 먹고 난 자리를 무심코 내려다 보게 되었다. '아, 이게 뭔가!' 늘상 눈 앞에 전개되는 것이고, 그날이 유별나게 티가 나는 것도 아닌데도 야릇한 생각이 일었다. 사람이나 다른 동물이나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다. 그러나 사람의 먹이는 왜 이리 까다롭고 사치스러운 것일까. 우리가 머물다 간 자리는 또 왜 이리 너저분 한 것일까. 전남일보 21.11.11 참여_석주 박종석 화백 예술감독_극단갯돌 손재오 (61928) 광주광역시 서구 상무대로 1156 2층(농성동) 전화 062)366-2666 팩스 062)366-2667 이메일:mudeung2009@hanmail.net 후원회 계좌: 광주은행 1107-020-111595 연락처: 강성구 010-7213-1329 수신거부 Unsubscrib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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