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229호) 박하선의 사진풍경 36>세월호의 침묵 수 백 명의 참사를 불러일으킨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던 세월호 그 자체를 인양하는데도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유가족들은 물론이고 전 국민들의 염원 속에 희생자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각고의 노력 끝에도 끝내 수습하지 못한 죽엄들이 있어 우리 모두를 안타깝게 했다. 이제 그만 떠나보내려고 하지만 잊지 말자고 하면서 쉽지가 않다. 뭍에 올려져 잠자는 듯한 그 괴물 같은 모습의 세월호 그 자체가 무슨 죄가 있겠는가마는 야속하게만 느껴진다. 아직도 속 시원히 풀지 못한 사건의 진실을 머금고 있으면서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모습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대다수의 우리는 오늘도 하늘을 올려다 보면서 우울해 하는 것이다. 전남일보 2021.4.15 강상헌의 풍류해자 풍류해자-125. 흑산도와 이미자, 또 설경구 ‘동백아가씨’도 그랬지만 ‘흑산도아가씨’는 처절한 속뜻으로 가슴 저몄다. 엄마가 즐겨 불렀던 그 노래엔 ‘섬마을 선생님’에도 있는, 바다가 보이는 언덕이 담겼다. 섬 아가씨 애달픈 사모(思慕)의 정 넘어서는 까닭일 터. 바다 그리는 뛰어난 은유법, 이미자 노래는 그릇이 크다. -남몰래 서러운 세월은 가고/ 물결은 천번 만번 밀려오는데/ 못 견디게 그리운 아득한 저 육지를/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 흑산도아가씨… (정두수 작사, 박춘석 작곡, 1966년작) ‘검정(블랙)의 여러 얼굴’이라는 말은 화가 사진가 의상전문가 말고도 동서양의 여러 분야가 함께 공감한다. 가장 깊고 다양한 색깔이 검정이라는 것이다. 흑산도(黑山島)의 흑산은 ‘검은 산’이다. ‘독섬’으로 불렸던 동해의 돌섬(石島 석도)을 독도(獨島)로 명명(命名)한 것에 빗대는 해석도 있다. ‘흑’이 크다는 의미도 가진 고유어인데 한자를 매기다보니 그리 된 것 아니겠느냐, 또 흙(土 토)은 검지만 크기도 하다… 이런 생각들이다. 그 흑산도, 이미자의 슬픈 이미지로 덮여 있었지만 그 검은 산은 크고 바다는 사납다. 영화 ‘자산어보’는 바다의 본디를 꺼내 동아시아의 지중해를 깨운다. 지중해는 ‘땅 사이의 바다’다. 흑산도를 중심으로 컴퍼스 돌려 한국 중국 영토를 포함하는 해양과 육지를 이르는 명칭이 동아지중해(東亞地中海)다. 제주도 오키나와 대만도 그 안에 있다. 독도 놓인 동해와 그 곁의 길쭉한 섬 왜(倭 일본)를 넣어 더 큰 지중해로 치기도 한다. 아프리카 유럽 사이 지중해처럼 지중해는 태곳적부터 특별한 뜻과 힘을 품는다. 나일강변의 고대문명처럼 동아지중해도 갑골문을 비롯한 황하(黃河)문명 등이 찬란했다. 그 바다와 양안(兩岸)의 패권(霸權)을 쥐었던 장보고의 인류사적 의미를 다시 본다. 장보고의 힘(특히 재력)과 빌 게이츠의 그것을 당시 세상 전부의 힘의 크기와 비교한다면 누가 더 (상대적으로) 부자일까? 자원경제학자이며 ‘장보고학’의 거목인 김성훈 교수가 늘 들먹이는 퀴즈다. 그는 당시 천하(天下)의 바다 대부분을 쥐락펴락했던 ‘동아지중해의 왕자’였다. 정약전 ‘자산어보(玆山魚譜)’의 산파역(産婆役)이었던 흑산도 사람들의 해양학 수산학의 ‘실질적 수준’을 눈 비비고 다시 볼 필요가 있다. 그 이야기가 설경구 변요한 이정은 등이 연기 펼치는 이준익 감독의 영화 ‘자산어보’다. ‘자산어보’는 흑산(도)바다 어물의 족보(族譜)란 뜻. 앞바다 말고 한바다를 보라. 호한(豪悍)의 괄괄한 기운을 청년들아 바다에서 배우라. 호연지기(浩然之氣) 또렷한 바다다. 카페 앞 모래사장 보면서 어찌 바다를 안다 하랴. 거대한 돗돔 홍어 말고도, 이준익은 그런 사나운 흑산바다를 보여주고 싶었다. 쩨쩨하지 말자고. 흑산도아가씨 노래비가 꼬불꼬불 길 올라 고개 위 큰 언덕에 있다. 그 바다가 제대로 보이는, 특급 포인트다. 폰 카메라로만 보지 말고, 맨눈으로 또 마음의 눈(心眼 심안)으로 오래 보라. 역사와 우주도 함께 보라. 야망으로 가슴 꽉 채우라. 서울서 먼 곳이라고 하방(遐方) 또는 변방이라고 했다. 개벽(開闢)의 새 시대에는 변방이 새로운 기운 솟는 곳이다. 서울서 제일 멀어 세상과 제일 가까운 곳일 터다. 섭리(攝理)는, LH나 어떤 시장님 의원님들처럼 특별 분양 사전정보 말고, 현묘한 뜻을 흑산도에 숨겨 두었다. 현(玄) 자(玆) 흑(黑)의 ‘지중해의 배꼽’은 세상 뒤집는 힘의 중심일 터, 아는 자는 일어선다. 전남새뜸 2021.04.20 (61928) 광주광역시 서구 상무대로 1156 2층(농성동) 전화 062)366-2666 팩스 062)366-2667 이메일:mudeung2009@hanmail.net 후원회 계좌:광주은행 1107-020-111595 연락처:강성구 010-7213-13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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