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216호) 석자방하(石者放下) 이야기 서예문인화가 湖山 蔡熙昇 무위당은 석자방하(石者放下)라고 큰 글씨를 쓰고 작은 글씨로 협서에 고운(古云) 경불치인인자치(境不痴人人自痴)라고 써 놓았다. '石者放下'는 '무거운 돌은 내려 놓아라'라는 말이고'境不痴人人自痴'는 '경계가 사람을 어리석게 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스스로 어리석다'는 말인데 이글은 조선시대 상월대사(霜月大師)의 서회(書懷)중의 둘째대목에 나오는 글이다. 書 懷 道無私我我常私(도무사아아상사) 道가 나를 사사롭게 하지는 않으나 나는 늘 사사롭고 境不痴人人自痴(경불치인인자치) 주변경계가 사람을 어리석게 하진 않으나 사람들은 스스로 어리석었지 冥合八風俱靜處(명합팔풍구정처) 팔풍(八風)과 함께 고요함이 그윽이 합쳐지면 可爲三界獨尊師(가위삼계독존사) 가히 삼계(욕계,색계,무색계)에 홀로 높은 선사가 될 수 있을 것이로다. 우리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하루에 3천 번 이상 바뀌는 것이 우리들의 마음이라고 한다. 곧 팔풍에 휘둘리며 생활하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팔풍과 함께 하면서도 고요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1980년대 초 무위당은 어느 날 내게 뜬금없이 묻는다. "얘, 니가 니 마음 잡을 수 있니? " 그러고는 빙그레 웃으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 때리고만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그 어떤 생각도 없었다. 그냥 멍 때리는 그 상태로...... 石者放下였다. 무거운 것들이 저절로 다 내려진 상태였던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무언가 멋진 답변이라도 해야겠다는 한 생각이 일어나는 순간 나의 머리는 복잡해지고 말았다. 스스로가 어리석어지는 순간이었다. 문명이 극도로 발달해가고 있는 요즘 우리들은 너나없이 무척 바삐 산다. 남에게 뒤쳐지지나 않을까 항상 노심초사하며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가족이나 이웃간의 둘레둘레 앉아 대화하는 자리가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이럴 때 어느 절에서 대회를 열었는데 그 제목이 재미있다. "멍 때리기 대회" 무위당은 이것을 상월대사의 시구중의 하나를 써 놓고는 4자로 石者放下(무거운 돌은 내려 놓아라)라고 표현하였다. 늘 똑똑함 보다는 가끔은 멍 때리는 어리석음도 필요한 것 같다. 노자도 대교약졸(大巧若拙 : 크게 정교로운 것은 오히려 못난 것 같다)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무위당 사람들 2020.12 73호 P44~45 무위당사람들 시리즈② 출간 (사)무위당사람들(이사장: 심상덕)이 '달이 나이고 해가 나이거늘'을 펴냈다. 2008년부터 계간 '무위당사람들'에 연재된 노변정담에 실린 인터뷰를 재구성해 엮은 추모 대담집이다. 2019년 연말 출판한 '묻혀서 사는 이에 고마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에 이어 '무위당사람들 시리즈'란 이름으로 세상에 내놓은 두 번째 책이기도 하다. 시대의 지식인 리영희 선생을 비롯해 박재일 전 한살림 회장,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나전칠기 명장 일사 김봉룡 선생, 강준일 전 한예종 객원교수, 김용연 전 진광고 교장, 강대형 전 강이비인후과 원장 등 지금은 고인이 된 열여섯 명이 들려주는 무위당의 삶과 생명·협동운동 이야기가 담겼다. 페이지를 한 장씩 넘기다 보면 무위당과 동고동락하며 한 시대를 감동시키고 각성하게 한 어른들을 만나게 된다. 고향 원주를 지극히 사랑한 무위당과 평생 우정을 나눈 막역지우, 누군가의 그늘을 지키면서 한 집안의 맏형 같았던 선생을 극진히 따른 후배와 제자들과도 조우한다. 한결같이 무위당을 닮고자 애썼던 사람들이다. 심상덕 무위당사람들 이사장은 "책을 다 읽고 나면 한없이 따뜻하고 겸손했으며 누구에게나 너그러웠던 '참사람' 무위당 선생이 우리 마음속에 살아있음을 알게된다"며 "이 책이 따스한 화롯가에 둘러앉아 반갑고 그리운 분들의 이야기를 든는 듯 그렇게 읽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61928) 광주광역시 서구 상무대로 1156 2층(농성동) 전화 062)366-2666 팩스 062)366-2667 이메일:mudeung2009@hanmail.net 후원회 계좌:광주은행 1107-020-111595 연락처:강성구 010-7213-13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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