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판소리, 아시아 소릿길 여행
아시아의 물골 따라 판소리의 네트워크를 모색한다.
유네스코 지정 인류무형문화유산은 2005년까지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걸작이라 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인류의 대표 유산을 정부간 협약에 의해 지정한다는 의미다. 나라마다 문화권마다 특별한 종목들이 지정되어 우리나라는 종묘제례악에 이어 두 번째로 판소리가 지정된 바 있다(2008년).
귀한 시간이었다. 전통문화관에서 ‘남도판소리, 아시아소릿길여행’라는 주제로 교류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판소리가 남도라는 문화적 토대 속에서 형성되어왔고 대륙보다는 해양문화적 의미가 강하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의 의미가 크다. 유네스코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구전 전승된 전통적인 성악들을 비교해보고 광주 판소리의 아시아적인 네트워크를 모색해보기 위해 준비한 행사다. 광주시가 주최하고 필리핀, 인도네시아와 연계하며 각국의 전통적인 대표 성악곡들을 공연하고 관련 내용을 담소하는 ‘토크콘서트’ 형식을 갖췄다. 코로나 여파로 필리핀, 인도네시아의 성악은 동영상으로 공연되고 광주의 판소리와 남도민요만 실연되었지만, 삼국 연행자와 전문가들이 영상프로그램으로 모여 관련 내용과 맥락을 교감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성과는 거두었다고 생각된다.
광주에서는 판소리 수궁가 중 ‘자라가 용궁에서 나오는 대목(소리 김선이 광주시 무형문화재예능보유자, 고수 박시양 국가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을 선보였으며 방성춘(광주시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 이순자(광주시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가 남도의 육자배기, 흥타령, 아리랑을 선보였다. 필리핀에서는 제니시스 바나나 공화국 필리핀 멤버들이 ‘코타바와 블란족의 노래와 춤’, ‘볼란족의 챈트와 디온리’ 등을 선보였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구윱 루쿤 클루아르가 아스드라파 재단 멤버들이 서부 수마트라의 ‘살루앙과 덴당’, ‘란다이’ 등의 노래와 춤을 선보였다. 이들은 유네스코 무형유산에 등재되어 있거나, 각국 소수민족을 대표하는 성악 및 춤곡으로, 아시아의 무형유산 공동체가 상호 인정하는 문화유산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광주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한 이래, 실질적인 구전유산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았나 싶다. 남도 판소리의 연원을 아시아의 물골을 따라 모색해보고, 대표적인 구전 유산의 네트워크를 아시아 중심으로 여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고 할까. 고 지춘상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오키나와 등의 남도 해양지역과 한국의 남도문화가 유사한 것이 많다. 이번에는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를 주목하였지만 더욱 다양한 지역으로 판소리 네트워크를 열어가면 좋겠다. 부제로 걸린 ‘아시아 구전 전통의 문화적 토대와 기원 여행’이라는 카피처럼 이번 시도가 광주의 새로운 소릿길을 여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총괄기획 이윤선
전남 진도 출신. 민속학 관련 학술단체들이 연합해 만든 한국민속학술단체연합회 이사장, 남도민속학회 회장, 일본 가고시마대 외국인 교수, 베트남 다낭외대 공동연구원 교수, 중국 절강해양대 명예교수를 역임하며 아시아의 도서해양문화권과 우리 문화를 비교 연구해왔다. 그동안의 학문적 성과를 우리 사회에 돌려주기 위해 ‘나를 성찰하는 민속학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전남도문화재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단편소설 「바람의 집」으로 등단하기도 했다. 논저로 『도서해양민속과 문화콘텐츠』(민속원, 2007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島嶼 海洋民俗和文化産品』(上海文化譯叢, 2017), 『남도 민속음악의 세계』(민속원, 2013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산자와 죽은 자를 위한 축제』(민속원, 2018) 외 20여 편의 단행본과 80여 편의 논문이 있다. |